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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생각🔖현재에 몰두하는 삶의 아름다움 : <명상록> 12.1을 읽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에서.


지나간 과거는 내버려 두어라. 위대한 섭리에 미래를 맡겨라. 그리고 오직 현재만이 경건함과 정의로움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몰두하라. 경건함이란 우리에게 부여된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이 우리에게는 운명을, 운명에게는 우리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정의로움이란 우물쭈물 회피하지 않고 자유롭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야 우리는 법대로 행동할 수 있으며 사물에게 요구되는 가치대로 움직일 수 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12.1

저번에 못 본 시험은 이번에 만회하면 돼. 기말고사가 걱정되면 지금 집중해서 공부해. 학창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뻔한 얘기들이다. 이미 내게서 멀어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아직 나에게 오지 않은 시간은 예상할 수 없으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뿐이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사실을 직시하고 일상생활 중에 적용하는 것은 아직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는 어제 했던 실수를 선명하게 떠올리느라 번번이 오늘 기분을 망치기도 하고, 내일 해야 하는 발표에 대해 걱정하다가 정작 오늘까지인 과제에 건성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운 좋게 잘 봤던 지난 시험을 상기하며 '이 정도만 공부해도 내일 시험 괜찮지 않을까?'라는 자만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가 가장 나쁜 상황이다. 과거를 떠올리며 근거 없이 미래를 기대하느라 정작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정말 바보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현재에 대한 이해와 실제 현재를 살아가는 내 모습 사이의 괴리감에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과거는 내버려 두어라. 위대한 섭리에 미래를 맡겨라. 그리고 오직 현재에 몰두하라!'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은 그렇기에 참으로 멋지게 느껴진다.

 

'경건함이란 우리에게 부여된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정의로움이란 회피하지 않고 자유롭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현재가 경건함과 정의로움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몰두하라고 말했다. 나아가 경건함과 정의로움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다. 나는 이 대목에서 '지금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르쿠스의 마음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르쿠스의 경건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경건함이란 우리에게 부여된 운명을 사랑하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그 운명의 가운데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것뿐이다. 운명이라는 틀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진정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더더욱 망설일 필요가 없다. 운명에 순응하되 그 운명을 사랑하는 것, 운명을 받아들이되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이로운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우리의 삶을 경건한 마음으로 대하는 방법임을 마르쿠스는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현재 내가 내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오로지 그 방법만을 고민하면 된다는 사실이 사뭇 편안하게 느껴진다.

 

회피하지 않고 자유롭게 진실을 말하는 정의로움은 또 어떠한가? 과거의 과오를 마주해 성찰하는 태도, 다가올 미래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싹틔우는 용기. 그 모든 것은 지금 현재의 내가 삶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에 몰두하는 태도를 '정의'에 빗대에 이야기한 마르쿠스의 표현이 굉장히 심오하면서도 명료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나를 만들고, 나는 미래를 만든다. 현재의 나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나는 이러한 불만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고, 현재의 나에게 만족한다면 미래의 나에게도 이러한 만족감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우리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재에 몰두하는 것뿐이다. <명상록>의 구절을 통해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