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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생각🔖삶의 주인이 되어라 : <명상록> 9.37을 읽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에서.

비참하고 우울한 인생으로도 충분하다. 어리석은 행동은 그만하라. 왜 투덜거리는가? 뭔가 새로운 것이라도 있는가? 왜 혼란스러워 하는가? 책임감이 문제인가? 잘 살펴보라. 혹은 사건 자체가 문제인가? 그것도 잘 살펴보라. 그것들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할 가치가 없다. 이제 신들 앞으로 나아가듯 더 솔직하고 선량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라. 100년, 아니 고작 3년을 심사숙고해도 결론은 마찬가지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9.37

얼마 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기록을 뒤져 다시 그 기사를 찾았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OECD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한다. 조금 더 찾아보니 한국의 순위는 OECD 38개국 중 36위, 즉 뒤에서 3등이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모두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건강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집안에, 혹은 일터에 큰 문제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개인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평균치인 5.9점이다. 물론 평균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평균값을 통해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많은 학자들이 타인과의 비교가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나 역시도 이 부분에 동의한다. 학창시절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행했다.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를 통해 산출된 내신성적을 통해 '공부를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내신성적을 분석해 보면 나는 상위 40%에 속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공부에는 재능이 없는 열등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옆에 있는 다른 친구와 '비교'했을 때 내 성적이 더 낮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1등이 되지 않는 한 비교의 굴레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나의 비교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정상 체중이지만 살을 빼려고 노력한다. 내 친구 중에 나보다 뚱뚱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를 위해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월등히 많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머리로는 안다. 나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어떻게 그것을 보완해야 하는 지를. 하지만 나의 행동에 불을 지피는 것은 늘 타인과의 비교였다. 글을 쓰면서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단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짐작할 수 있다. 5.9점, 그 수치를 통해서 말이다.
 
우리는 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타인의 삶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일까? 왜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타인을 시기하며 불평하는 것일까? 마르쿠스 아우렐리스는 말한다. 어리석은 행동은 그만하라고. 갖지 못한 것, 가질 수 없는 것을 열망하느라 삶을 낭비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가 모르는 사이에 삶의 주체성을 빼앗기고 있다. 늘 내가 아닌 세상에 관심을 두고 그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을 기준으로 삼느라 정작 나에게는 얼마나 소홀해져 있었는지, <명상록>을 통해 다시금 성찰해 볼 때다.
 
'책임감이 문제인가? 혹은 사건 자체가 문제인가? 그것들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할 가치가 없다.' 그렇다. 우리는 단 두 가지 질문만을 던지면 된다. 내게 닥친 이 사건 자체가 나를 불만스럽게 만드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해결하면 될 일이다. 혹은 나의 삶을 내가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가? 시기와 질투, 불안과 분노에 휩싸여 삶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마음을 버리고 '솔직하고 선량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절대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눈앞의 사건에 대해 오직 두 개의 질문을 던지자. 그리고 그것을 책임짐으로써 온전한 삶의 주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