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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독서리뷰

📚독서 리뷰📚 한나 크리츨로우 <운명의 과학> : 운명과 자유의지에 관한 뇌 과학


 

📚 오늘의 책은? 📚


 


이번 독서는 한나 크리츨로우의 <운명의 과학>!

뇌 과학과 신경과학을 통해 인간의 자유 의지를 분석한 냉철하고 예리한 과학책이다. 🧬

'우리의 삶의 궤적을 결정짓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 결과와 연구 자료를 인용했다.

뇌와 유전자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게 해 준다면, 과연 우리 스스로를 자유의지를 가진 생명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생존기계다. 유전자라고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를 맹목적으로 보존하도록 프로그램된 로봇 운송수단인 것이다.'

나는 왠지 회의적인 도킨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싶었지만, <운명의 과학>을 읽는 내내 그의 관점을 진실로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자유가 있는가?' 심오하고 철학적인 질문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

하지만 많은 고민을 하며 책을 읽은 만큼 얻어갈 수 있는 것도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

 

 


📚 책 내용을 요약해 볼까? 📚


 

<운명의 과학>은 총 8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들어가는 말이고, 2부에서부터 7부까지가 진짜 내용이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자료와 인터뷰 자료를 인용하며 뇌와 신경 작용을 낱낱이 파헤친다.

 

내용이 꽤 복잡하고 방대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완전히 요약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 듯하다. 😅💦

대신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해 메모했던 내용을 공유해 본다.

 

  • 1. 인간의 뇌에 관한 한 '정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뇌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효용이 없다.
  • 2. 뇌는 기본적으로 문제 제기에 저항하는 습성이 있다. 의식적으로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 3. 우리 모두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른 모습이다. 각자의 내재적 결함을 가치 있게 여기면서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 4. 유전자와 뇌의 작용은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으면 한다.
  • 5. 인간의 본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

 


📚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면? 📚


1. 객관적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버전'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뒤에서 보겠지만 객관적 현실이라는 것이 사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리적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세상을 살짝 다른 방식으로 지각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모든 사람은 뇌의 독특한 왜곡, 내재된 필터와 인지편향 등, 자기만 갖고 있는 뇌의 특성 덕분에 자기만의 맞춤형 '현실'에서 살고 있다. 세상에 대한 인간의 지각은 정확한 스냅사진이 아니라 그냥 주관적인 환상에 불과하다. 이것은 전에 무엇을 보고 살았는지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 한나 크리츨로우, <운명의 과학> 중에서.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객관적 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의거하여 세상을 바라보며, 그렇기 때문에 각자가 보는 현실은 절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구 위에 70억 명 이상의 사람이 살고 있으니 결국 70억 개 이상의 현실이 존재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제는 80억 인구 시대가 도래했으니 80억 개의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

 

이 구절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들과 다투었던 경험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말을 쏟아내며 답답해 했던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었을까.

과학적으로 모든 사람은 다른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세상도 우리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껏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해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갈등을 겪어 왔던 걸까. 🥲⛈️

 

나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애인과 다퉜다.

<운명의 과학>을 읽고 나니 내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싸움을 걸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나 역시도 나의 세상에 갇힌 채 애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텐데, 무지한데다 조금 이기적이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가장 먼저 애인에게 다시 한번 사과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

 


2. 유전자의 작용은 한낱 이파리에 불과할 뿐

유전자는 나무에 달린 이파리로 생각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이파리들은 중요하지만 어느 이파리 하나가 나무 전체가 드리우는 그늘에 미치는 영향은 적죠. - 한나 크리츨로우, <운명의 과학> 중에서.

 

<운명의 과학>을 읽다 보면 조금 답답하고 슬픈 마음이 든다. 나만 그랬으려나? 😅

뇌와 유전자가 우리 삶의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멋대로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각인된 본능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삶에 대한 회의감마저 든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차피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 나는 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노력해온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드니 애초에 이 책을 읽는 것이 나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싶은 고민도 했다. ㅋㅋㅋ

 

저자가 케임브리지 대학의 과학자 앤 로라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위 구절은 그런 내 마음에 한 줄기 빛이었다. 🙏

분명 유전자가 우리를 구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개별 유전자를 이파리 하나 정도로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파리는 나무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파리 하나가 나무 전체를 어떻게 하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유전자 때문에 어떠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좋지 않다.

분명 우리의 노력 역시 나무의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

 

저자가 인터뷰한 또 다른 사람이자 저명한 신학자인 로완 윌리엄스는 책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사람들이 자기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삶의 궤적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나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

 

 


📚 글을 마무리하며 📚


<운명의 과학> 읽기 직전 내가 읽은 책은 <그릿>이었다.

<그릿>은 인간은 노력을 통해 타고난 것을 뛰어 넘는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음을 주장하는 희망적인 책이었다.

그런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운명의 과학>을 읽으니 왠지 희망이 곧바로 좌절되는 기분이었다. 🥲

인간은 노력을 통해 일변할 수 있는 존재일까?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유전자의 각인을 지닌 존재일까?

두 권의 책을 읽으며 깊은 고민에 빠져 보았지만 여전히 답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운명에 굴복하는 사람보다는 운명에 대항하는 사람이 더 멋있기도 하고 말이다. 😎🌟

 

전문적인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등의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내용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인간의 뇌와 마음, 그리고 운명과 인간성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